노동·근로

서울 버스 임단협 타결 — 통상임금 기준시간 논쟁은 왜 남았나

서울 버스 임단협 통상임금 쟁점

이번 합의로 무엇이 정해졌고, 무엇이 남았나

9월 16일 새벽, 서울에서 버스를 운행하는 노조 측과 운송사업조합 측이 임금·단체협약 조정안에 최종 서명했습니다. 전날 오후 2시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문을 연 2차 조정 회의는 자정을 넘겨 다음 날 새벽 1시 50분이 되어서야 끝을 맺었고, 그 사이 협상은 쉬지 않고 열두 시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예정돼 있던 오전 4시 파업은 합의 소식과 함께 곧바로 취소됐으며, 시내버스는 그날 첫차부터 평소 시간표대로 움직였습니다.

합의의 골자는 내년 임금을 3.2% 올리기로 한 대목입니다. 전년도 인상 폭이 2.9%였던 점을 놓고 보면 이번에는 0.3%포인트를 더 얹은 셈입니다. 다만 협상 내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던 쟁점, 곧 통상임금을 매길 때 분모로 삼을 근로시간을 몇 시간으로 정할지는 이번 합의 범위 밖에 남았습니다. 노사는 기본급을 얼마나 올릴지에만 뜻을 모으고, 시간 기준을 둘러싼 다툼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재판의 결론이 나온 뒤 다시 풀기로 미뤄둔 것입니다. 당장의 파업 불씨는 잡았지만, 급여를 셈하는 근본 틀에 대한 견해차는 고스란히 남은 셈입니다. 이번 협상 소식을 단순한 임금 인상 뉴스로만 읽으면 놓치기 쉬운 대목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통상임금이란 무엇인가

통상임금은 근로자가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받는 고정적인 임금을 가리킵니다. 이 항목이 중요한 이유는 액수 자체보다, 이를 기초로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은 물론 퇴직금 같은 여러 법정 수당과 급여 항목이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즉 통상임금이 얼마로 산정되느냐에 따라 월급 명세서에 찍히는 여러 항목의 금액이 연쇄적으로 달라집니다.

여기서 노사 간에 다툼이 생기는 지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어떤 임금 항목까지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이번 서울 버스 협상에서처럼 통상임금 총액을 몇 시간으로 나누어 시간당 금액, 즉 통상시급을 산출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번 협상에서 부딪힌 지점은 후자입니다. 같은 통상임금 총액이라도 나누는 기준시간이 다르면 시간당 금액이 달라지고, 그 결과 이를 기초로 계산되는 모든 수당의 크기도 함께 바뀝니다. 그래서 노사 모두 이 기준시간 하나를 두고 쉽게 물러서지 못하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산정 기준시간이 시급을 바꾸는 원리

통상시급을 구하는 방식은 간단히 말하면 나눗셈입니다. 한 달치 통상임금 총액을 그달의 기준 근로시간으로 나누면 시간당 통상임금, 즉 통상시급이 나옵니다. 이때 분모로 쓰이는 기준시간이 작을수록 통상시급은 커지고, 기준시간이 클수록 통상시급은 작아집니다. 이번 서울 버스 협상에서 노사가 각각 다른 숫자를 제시한 것도 이 나눗셈 구조 때문입니다.

제시된 기준시간제시한 쪽근거로 든 내용
176시간버스노동조합다른 버스회사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고등법원이 적용한 기준
230시간사측(서울시·운송사업조합)노사가 그동안 관행적으로 정해 온 근로시간 등을 참고한 기준
209시간사측이 낸 절충안다른 지방자치단체 버스 사업장의 적용 사례를 참고

표에서 보듯 노조가 주장한 176시간과 사측이 처음 제시한 230시간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기준시간이 176시간으로 줄어들면 통상시급이 올라가고, 이를 기초로 계산되는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과 퇴직금까지 함께 늘어나는 효과가 생깁니다. 반대로 230시간을 기준으로 삼으면 통상시급은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됩니다. 사측이 절충안으로 209시간을 제시했지만 노사는 끝내 하나의 숫자로 좁히지 못했고, 이 부분을 이번 합의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왜 노사 모두 물러서지 못했나

기준시간을 둘러싼 다툼이 이번 한 번의 협상으로 끝나기 어려웠던 이유는 이 숫자가 단순히 이번 달 월급 하나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통상시급은 앞으로도 계속 반복적으로 적용되는 계산 기준입니다. 한 번 176시간으로 정해지면 이후의 연장근로수당, 야간·휴일근로수당, 퇴직금 산정에도 계속 그 기준이 적용됩니다. 사측 입장에서는 이 숫자를 낮추는 순간 매달, 그리고 근로자가 퇴직할 때까지 누적되는 인건비 부담이 구조적으로 커집니다.

노동조합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준시간을 좁히는 것은 기본급 인상률과는 별개로 실질적인 급여 수준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한 번 정해지면 되돌리기 어려운 이 기준을 쉽게 양보할 수 없습니다. 결국 양쪽 모두 당장의 파업이라는 급한 문제는 임금 인상률 합의로 풀었지만, 장기적으로 훨씬 큰 영향을 미치는 기준시간 문제는 섣불리 결론 내리지 않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쪽을 택했습니다. 이는 협상 결렬을 피하면서도 각자에게 불리한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는 양쪽의 계산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동아운수 사건, 무엇을 확정했고 무엇을 확정하지 않았나

노조가 176시간이라는 숫자를 꺼내 든 배경에는 동아운수라는 다른 버스회사를 둘러싼 통상임금 소송이 있습니다. 그 재판에서 고등법원은 통상시급을 셈할 때 쓸 기준을 월 176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고, 사측은 이 결론에 불복해 대법원 문을 두드렸지만 상고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노조는 이 결과를 두고 176시간이라는 기준이 사실상 법적으로 굳어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서울시와 사측의 시각은 다릅니다. 상고가 기각됐다는 것은 그 재판 하나의 결론을 그대로 둔다는 뜻일 뿐, 176시간이라는 잣대를 버스업계 전반에 일괄 적용하라는 원칙을 새로 세운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다시 말해 동아운수라는 한 회사의 판결을 서울 시내버스에도 곧장 갖다 쓸 수 있는지는 별도 재판을 거쳐야 가려진다는 논리입니다. 이런 시각 차 탓에 노사는 이번 협상에서 기준시간을 매듭짓지 못했고, 서울 버스를 둘러싼 개별 소송에서 대법원이 내릴 결론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하나의 대법원 판단이 다른 사업장 전부에 자동으로 옮겨붙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번 사례가 보여준 셈입니다.

서울 버스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을 둘러싼 다툼은 서울 시내버스만의 특수한 사정이 아닙니다. 노사가 단체협약이나 관행으로 정해 온 약정 근로시간과, 실제 근로 형태를 두고 법원이 인정하는 근로시간 사이에 차이가 있는 사업장이라면 비슷한 다툼이 반복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특히 교대근무나 격일제 근무처럼 근로시간 산정이 복잡한 업종에서는 이런 소송이 여러 차례 이어져 왔습니다.

이번 서울 버스 협상에서도 노사는 결국 이 문제의 결론을 협상 테이블이 아니라 법원에 맡기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통상임금 산정 기준을 다투는 소송의 대법원 판결이 연말쯤 나올 것으로 예정되어 있고, 노사는 그 결과가 나온 뒤 다시 이 문제를 협상 과제로 다루기로 했습니다. 이는 한 사업장의 노사 합의만으로는 풀리지 않고 사법부의 판단을 거쳐야 정리되는 임금 쟁점이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라도 근로시간과 임금 항목 구성이 복잡한 곳이라면, 이번 사례를 남의 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과 앞으로 일정

이번 사례를 지켜보는 근로자 입장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본인이 속한 사업장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서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이 몇 시간으로 정해져 있는지, 그리고 어떤 임금 항목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어 있는지를 확인해 보는 일입니다. 같은 월급을 받더라도 이 기준에 따라 연장근로수당이나 퇴직금 계산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사업장마다 임금 체계와 근로 형태가 달라 구체적으로 어떤 금액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이 글에서 특정 숫자로 안내하지 않습니다. 본인 소속 사업장의 급여명세서와 단체협약 조항을 직접 대조해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방법입니다.

앞으로의 일정을 보면, 통상임금 산정 기준을 다투는 개별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연말쯤 나올 예정입니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는 이번 임단협에서 기준시간 문제를 결론짓지 않고, 이 판결이 나온 뒤 다시 협상하기로 해 두었습니다. 따라서 올해 안에 나올 법원의 판단이 서울 버스뿐 아니라 비슷한 쟁점을 안고 있는 다른 사업장의 임금 계산 방식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이 판결 소식이 나올 때 자신이 속한 사업장의 기준시간과 비교해 보는 것이 실질적인 다음 단계가 될 수 있습니다.

쟁의조정은 왜 파업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나

이번 사례에서 노사가 파업 예고 시각을 코앞에 두고도 협상을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조정이라는 절차가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벌인 임금·단체협약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해서 곧바로 파업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먼저 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고, 정해진 조정 기간 안에 노동위원회의 중재를 거쳐야 합니다. 이번 서울 버스 노사도 파업에 앞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고, 지노위가 마련한 조정회의에서 조정안에 서명하는 절차를 거쳐 협상을 마무리했습니다.

조정이라는 절차는 노사가 스스로 타결하지 못한 쟁점을 제3자인 노동위원회가 끼어들어 접점을 찾도록 돕는 제도입니다. 이 기간 안에 노사가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조정이 성립되고, 그러지 못하면 조정은 불성립으로 끝납니다. 조정이 불성립돼야 노동조합은 절차적으로 파업에 들어갈 요건을 갖추게 됩니다. 이번 협상은 조정 기간의 마지막 순간까지 논의를 이어간 끝에 조정 성립으로 마무리됐고, 그 결과 예고돼 있던 파업은 실행 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철회로 끝났습니다. 조정 성립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타결에 이르렀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파업이라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근거 자체가 사라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서울시는 사용자가 아닌데 왜 협상 전면에 나섰나

이번 협상 소식을 보면 사용자 쪽 당사자로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뿐 아니라 서울시라는 이름이 함께 등장합니다. 통상임금 기준시간을 둘러싼 논의에서도 사측과 서울시가 같은 입장으로 묶여 언급된 점이 눈에 띕니다. 서울 시내버스는 각 운수회사가 개별적으로 운영하면서도 노선과 운행에 대해 서울시의 관리를 받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어, 임금 협상 같은 사안에서도 서울시가 운송사업조합과 함께 입장을 정리해 대응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서울 버스 임단협은 개별 회사와 노조 사이의 협상으로만 끝나지 않고, 서울시 전체 버스 노선에 걸친 사안으로 다뤄집니다. 이번에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다면 서울 시내버스 전 노선이 동시에 멈출 뻔했다는 점이 이를 보여줍니다. 다만 서울시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과 비율로 버스 운영에 재정적으로 관여하고 있는지, 그 세부 구조까지는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서울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 입장에서는 임금 협상이 결렬될 경우 특정 회사가 아니라 전체 노선 운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만 기억해 두면 충분합니다.

3.2% 인상은 정확히 무엇에 적용되는 숫자인가

이번 협상 결과를 전하는 소식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임금 3.2% 인상입니다. 그런데 이 인상률과, 앞서 다룬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은 서로 다른 트랙에서 다뤄졌다는 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노사는 이번 협상에서 기본급 인상률에는 합의했지만, 그 기본급을 포함한 통상임금 총액을 몇 시간으로 나눌 것인가 하는 문제는 별도로 남겨뒀습니다. 즉 이번에 정해진 것은 임금이 얼마나 오르는가이고,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은 그 오른 임금을 포함한 통상임금을 어떤 셈법으로 시급으로 환산할 것인가입니다.

두 사안이 분리돼 있다는 것은, 기본급이 3.2% 오르더라도 그로 인해 연장근로수당이나 퇴직금이 정확히 얼마나 늘어나는지는 통상임금 기준시간 문제가 별도로 정리돼야 확정된다는 뜻입니다. 노조 위원장은 이번 결과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취지로, 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통상임금 문제를 풀지 못한 점이 노사 양쪽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각각 소감을 전했습니다. 임금 인상률 합의와 통상임금 기준 정리가 별개의 절차로 마무리된 이번 협상 구조는, 임금 협상 소식을 접할 때 인상률 숫자 하나만으로 실질적인 임금 변화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 글이 확인하지 못한 것

이 글은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조정 제도와 임금 협상 구조를 정리한 것으로, 다음 사항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첫째, 이번 조정 절차에서 노동위원회가 실제로 제시한 조정안의 세부 조항 원문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둘째, 서울시가 시내버스 운영에 재정적으로 관여하는 구체적인 방식과 비율은 이 글에서 다루지 않았습니다. 셋째, 노동쟁의 조정 절차의 신청 시점과 조정 기간이 법적으로 며칠로 정해져 있는지, 관련 법령의 정확한 조항 번호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넷째, 이번 협상에서 합의된 기본급 인상률 3.2%가 각 운수회사별로 실제 급여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세부 내역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내용이 필요한 독자는 노동위원회 조정 결과 원문이나 관련 법령을 직접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아래 보도를 계기로 제도를 정리한 것입니다. 확인한 곳: 여성신문 보도